지난 28일 코엑스 오디토리움 대기실. 가수 유열이 열심히 대본을 읽고 있었다.
가수라면 발성연습을 해야 할텐데 왠 대본연습일까. 기자의 의문은 곧 풀렸다. 이날 펼쳐지는 '꼭! 알아야 할 클래식 여행' 해설을 그가 맡았기 때문이다.

이 행사는 COEX와 꾸러기예술단의 주최로, 8월 15일까지 무려 20여일 동안 펼쳐지는 클래식 페스티벌이다. 서울뉴데이심포니오케스트라와 서울WISE발레단이 나와 왁자지껄한 클래식을 선보인다.

공연은 엄숙하고 조용한 클래식 색채가 아니라 해설자와 지휘자가 대화를 주고 받고, 지휘자가 직접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특이한 방식이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유열을 대기실에서 만났다. 인터뷰 약속이 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깜짝 놀랐지만, 잠시 뒤 특유의 미소를 보이며 "잠깐만요"를 외쳤다. 순식간에 얼굴을 단장하고 기자를 맞이했다.

유열은 클래식공연 사회를 꽤 여러번 했다고 말했다. 피터와 늑대, 호두까기 인형, 해설이 있는 발레 등. 이와 관련, 유열은 클래식공연 나들이가 잦자 선배가수 배철수가 다음과 말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어 너도 나의 뒤를 밟는구나."(이 대목에서 배철수 흉내를 냈다.)


클래식 사회를 자주 맡게 된 배경은 아무래도 유열 특유의 이미지가 작용한 것 같다. 그는 데뷔곡인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에서부터 줄곧 편안하면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을 계속 유지해왔다. 이 대목에서 그는 "스탠더드하니까?"라고 말한 뒤, 멋쩍은지 너털웃음을 지었다.

클래식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명쾌하게 한마디 했다.

"클래식에 깃든 어떤 계급적인 느낌 때문에 (대중들이) 거리감을 느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건 사실 선입견이죠."

이번 공연의 주제는 '위즈덤 클래식'(Wisdom Classic). 초중등생들을 위주로 '공부하며 즐기는 클래식'을 표방한 꾸러기예술단의 의지가 드러나 있다.

총기획자인 박정배씨는 '예술경영기법을 적용한 공연'이란 말로 이번 콘서트를 표현했다. 관객입장을 최대한 배려하고자 했다는 것. 발레 마임 배우기를 통한 발레 체험 교육, 지휘자의 재미있는 해설은 그런 기획에서 비롯됐다. 또한 "아빠를 공연장으로 불러들이고자 했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가족이 함께 음악을 즐겨야 대중화가 된다는 생각 때문. 이에 따라 아빠가 참가할 땐 30% 할인을 받도록 했다.

공연 프로그램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대중적인 곡들이다.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서곡'을 비롯 베토벤의 '교향곡 운명 제 1악장',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 요한 스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등 총 9곡.


2시가 되자 정확히 공연의 막이 올랐다. 지휘자가 "오케스트라의 주인공들을 만나봤으니 연주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프로그램 순서를 알아보고 곡을 들어보겠다"고 하자, 사회자가 "프로그램 순서라고요?"라며 반문한다.

지휘자가 쉽게 설명하기 위해 꺼낸 예문은 '양식당에서 식사하는 순서'였다. 전식과 주식 후식을 예로 들면서 "전식이 곧 서곡"이라고 알기 쉽게 표현했다.

두 사람의 대화에 푹빠진 관객들이 숨죽이는 가운데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서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sfcs.iconcert.co.kr. [TV리포트 김대홍 기자]